목동 학원가로 쏠리는 지역화폐, 소상공인은 정말 체감하고 있을까
2026. 10. 1. · 읽는 시간 약 8분 · 조회 15
목동에서 나고 자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정모(22)씨는 지난해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풀었을 때도 비슷한 장면을 봤다고 말한다. "이전에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나왔을 때도 이 동네는 아이들이 못 쓰고 부모님이 모두 모아서 학원비로 쓰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가 2025년 7월 22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5월부터 2025년 5월까지 5년간 쓰인 서울 지역화폐 총발행액 5조 3,902억원 가운데 22.96%(1조 858억원)가 교육(학원) 업종에서 결제됐다. 같은 기간 음식점·식음료는 18.54%, 식자재·유통은 13.43%에 그쳤다. 지역 상권을 살리자고 만든 돈이 정작 동네 가게보다 학원가로 먼저 흘러가는 셈이다. 목동처럼 학원 밀집도가 높은 동네에서 지역화폐·소비쿠폰 정책이 상권에 실제로 어떤 효과를 내는지, 그리고 그 효과를 소상공인이 체감하고 있는지를 데이터와 현장의 목소리로 짚어본다.
🕰️ 배경 — 지역화폐가 학원가까지 번진 이유
목동 학원가 인근에서 음식점·카페를 10년 넘게 운영해온 50대 이모씨는 문화일보 취재에서 "아이들이 집과 학원만 오가고 그마저도 부모님이 차로 다 태워줘 중간에 나와 돈 쓸 겨를도 없다"며 "부모들도 교육비 외에는 한 푼도 안 쓰고 아끼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목동 학원가를 찾은 저녁 9시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바로 기다리던 부모 차에 올라탔고 편의점이나 분식집으로 빠져나가는 아이는 적었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정부는 지역화폐·소비쿠폰 정책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소비 진작을 위해 지급되는 쿠폰은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사업장이면 편의점뿐 아니라 학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 학원으로 돈이 몰리는 구조적 이유
지역화폐가 유독 학원가에서 잘 쓰이는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학원비는 금액 자체가 크고 결제가 정기적이다. 한 번에 수십만원 단위로 나가는 지출이니 5% 안팎의 할인 혜택이 체감상 크게 느껴진다. 반면 편의점이나 분식집처럼 건당 결제액이 작은 업종에서는 같은 할인율이라도 절감액이 미미하다. 둘째, 학원은 대부분 카드·계좌이체·간편결제를 이미 갖추고 있어 지역화폐 앱 결제로 전환하는 데 문턱이 낮다. 셋째, 목동처럼 학원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가구 지출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원래도 높은 편이라, 새로 생긴 할인 혜택이 자연스럽게 기존 지출 항목(학원비)에 흡수된다. 인근 상인들은 소비쿠폰으로 인한 매출을 하나라도 늘리기 위해 지역화폐 가맹점에 등록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아이들의 동선 자체가 학원과 집으로 좁혀져 있으니 그 사이에 있는 다른 가게에는 애초에 소비가 발생할 기회가 적다.
📊 숫자로 보는 쏠림의 크기
전국 단위로 보면 학원 업종의 지역화폐 비중이 이 정도로 압도적이지는 않다. BC카드는 전국 81개 지역에서 263종의 지역화폐를 발급·운영하는데, 이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지역화폐 매출과 고객 수는 전년 대비 각각 9%, 20%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가맹점 매출(-4%)·고객 수(-1%)가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업종별 지역화폐 매출 비중은 음식점(36.9%), 마트(17.6%), 병원(11.5%), 학원(7.4%), 편의점(5.8%) 순이었다. 그런데 서울만 떼어 놓고 보면 순위가 완전히 뒤집힌다. 앞서 언급한 서울시 5년치 누적 통계에서는 교육(학원) 업종이 22.9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음식점은 오히려 2위였다. 전국 평균과 서울 통계 사이의 이 격차 자체가 목동처럼 학원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 학원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다.
| 업종 | 전국 지역화폐 매출 비중(BC카드, 전년 대비) | 서울 지역화폐 누적 사용 비중(서울시, 2020.5~2025.5) |
|---|---|---|
| 음식점·식음료 | 36.9% | 18.54% |
| 마트·식자재유통 | 17.6% | 13.43% |
| 학원·교육 | 7.4% | 22.96% |
| 병원 | 11.5% | 통계 미공개 |
| 편의점 | 5.8% | 통계 미공개 |
전국 평균에서는 학원이 5개 업종 중 4위에 불과하지만, 서울에서는 1위로 올라선다. 지역화폐 가맹점 여부가 소상공인 생존율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BC카드 분석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6개월 단위로 가맹점 생존율(실제 매출 발생 여부)을 추적한 결과, 지역화폐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의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가맹점보다 18%포인트 높았다(지난해 12월 기준 각각 77%·59%). 이는 학원 밀집 지역일수록 지역화폐 취급 여부가 일반 소상공인의 존속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더 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전문가는 이 현상을 어떻게 보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갈린다. 문진수 사회적금융연구원장은 2025년 6월 경향신문·주간경향 인터뷰에서 지역화폐의 목적이 국가 전체 경제 성장이 아니라,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는 돈을 지역 안에서 순환시키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경기부양이라는 잣대로 지역화폐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정책 목적을 잘못 짚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학원비 결제 쏠림도 '지역 밖으로 나갈 돈이 지역 안에 남았다'는 점에서는 정책 취지에 부합한다. 반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쪽의 실증 연구들은 지역화폐 도입 이후 매출 증대 효과가 업종 전반에 걸쳐 고르게 나타나지는 않았다는 회의적인 결론을 내놓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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